퍼포먼스 마케팅, 빛과 그림자
“일주일에 ROAS 500% 달성!”
숫자에 집착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달콤한 성과를 안겨줍니다. 클릭 수와 전환율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있으니 마케터도 안심이지요. 하지만 이 단기 성과 지향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광고 단가가 치솟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예산 대비 효율은 갈수록 떨어집니다. 유사한 타겟을 노리는 광고가 범람하니 소비자 피로도도 높아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가 남지 않는다는 것. 즉각적인 클릭을 노린 광고는 많지만, 정작 소비자 기억에 남는 브랜드 메시지는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광고를 “돌리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광고만 돌고 브랜드는 안 보이는 상황인 겁니다. 이렇게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자산 구축을 소홀히 하면, 마케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습니다.
데이터는 이미 이를 증명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퍼포먼스 광고만 집행할 때보다 브랜딩을 병행할 경우 검색량 2.8배, 전환율 3.2배까지 상승했습니다. 브랜드 친숙도가 높은 기업은 전환율이 일반 기업보다 2.7배 높고, 브랜드 검색 키워드의 전환율도 일반 키워드 대비 23배나 높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 파워가 뒷받침될 때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도 극대화된다는 것이죠. 브랜드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광고는 클릭률(CTR)도 낮고 비용(CPC)도 더 들지만, 브랜드를 인지한 상태에서는 CTR이 40% 높아지고 CPC는 2035% 절감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를 움직이는 건 ‘브랜딩’이라는 말처럼, 눈앞의 클릭 이상을 보지 못하는 광고 전략엔 한계가 뚜렷합니다.
브랜드 메시지가 빠진 광고의 위험
그렇다면 브랜드 메시지 없이 퍼포먼스 지표만 노린 광고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우선 소비자에게 잊힌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반짝 구매는 이끌 수 있어도, 소비자는 그 광고를 어느 브랜드의 것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할인과 혜택만 쫓는 광고에 길들여진 소비자는 다음번에도 브랜드 상관없이 더 싼 곳을 찾아 이동할 뿐이죠. 다시 말해 충성고객은 커녕 1회성 구매자만 남게 되는 악순환입니다.
광고를 봤어도 브랜드에 신뢰가 없다면 소비자는 금방 이탈해버립니다. 실제로 요즘 소비자들은 광고만 보고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광고 피로도가 높아진 데다, 믿을 만한 브랜드가 아니면 노출되더라도 스치듯 지나가거나 아예 차단해버리죠. “광고는 돌리는데 매출이 안 느는” 상황이라면 십중팔구 이렇듯 광고에 브랜드 영혼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관성 없는 공허한 메시지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어렵습니다. 브랜드들이 자기 하고픈 말(“우리 싸요!”, “우리가 1등이요!”)만 잔뜩 넣은 광고들은 잠깐 눈길은 끌어도 금세 잊혀집니다. 정작 고객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빠져있기 때문이죠. 반면에 브랜드 철학이 담긴 메시지는 다릅니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는 소비자의 공감과 자발적 관심을 이끌어냅니다. 브랜드를 친구처럼 느끼게 해 재구매와 **평생고객(LTV)**으로 이어지게 하죠. 결론적으로, 브랜드 메시지 없이 숫자만 좇는 광고 전략은 단기 승부에 급급한 나머지 내일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성공적인 브랜드 캠페인 사례
퍼포먼스와 브랜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국내외 캠페인들을 살펴볼까요? 각각 브랜드 메시지를 창의적으로 담아내면서도 성과까지 얻은 사례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광고를 잘 만들었다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깊게 남겼다는 데 있습니다.
무신사 – “다 무신사랑 해” 캠페인의 위트
국내 패션 이커머스 무신사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잘 활용하는 회사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감각적인 브랜드 캠페인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20년 겨울 선보인 “다 무신사랑 해” 캠페인입니다. 배우 유아인을 모델로 내세운 이 광고는 강남 한복판 버스정류장을 가득 채운 문구 하나로 화제를 모았죠. 언뜻 보면 “다 무신사에서 옷 사”라는 뜻으로 읽히지만, 다시 보면 “다 무신사랑해” 즉 “모두를 사랑해”라는 중의적 메시지였습니다. 브랜드 이름 ‘무신사’와 사랑 고백을 재치 있게 엮어 한 줄 카피로 승부한 것입니다.
이 센스 있는 문장은 지나가는 MZ세대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캠페인이 끝난 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었습니다. SNS상에서 “저 카피 누구 생각이냐, 천재적” 같은 반응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그 문장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죠. 무신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후속 캠페인으로 #셀프러브(SELF-LOVE)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나만의 스타일과 취향을 사랑하자”는 이 캠페인은 자기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는 브랜드 철학을 패션 광고에 담아낸 사례입니다. 무신사가 단순히 “옷 싸게 파는 곳”을 넘어 개성을 응원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런 감성 캠페인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퍼포먼스 지표 측면에서도 이 시기 무신사의 회원수와 거래액이 크게 성장하며,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광고가 곧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라운즈(ROUNZ) - 국내 사례: 라운즈 – AR 안경 쇼핑 앱의 브랜딩 성공
AI·AR 기반의 안경 쇼핑 앱으로, “모두가 안경을 사고 쓰는 일이 즐거운 경험이 되도록” 한다는 브랜드 미션을 갖고 있다. 브랜드 슬로건 역시 *“세상에 없던 안경 쇼핑”*으로,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닌 스마트폰 AR 가상 피팅을 통한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내세웠다. 그동안 퍼포먼스 광고에만 치중해온 마케팅 방식을 바꾸어, 브랜드 핵심 경험인 가상 안경 착용의 재미와 편의를 직접 보여주는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20대~30대 초반의 핵심 타깃을 대상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피드 광고를 약 2개월간 집행하며, 다양한 얼굴의 모델들이 라운즈 앱으로 여러 스타일의 안경을 써 보는 모습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노출시켰다. 이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 = 라운즈”라는 명확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여, 성과와 브랜딩을 함께 노리는 전략이었다.
이 캠페인 결과, 라운즈의 주요 지표들이 크게 개선되었다. iOS 앱 주간 다운로드 수가 캠페인 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설치당 비용(CPI)은 평균 1,400원대로 낮아졌으며 최저 800원까지 떨어졌다. 광고 클릭→설치 전환율도 평균 20%에서 최대 30%대까지 상승하는 효율 개선을 보였다. 또한 광고를 보고 바로 설치하지 않은 이들도 앱스토어에서 “라운즈”를 검색해 설치하는 경우가 늘어, 유기적 다운로드가 크게 증가했다. 앱을 설치한 사용자들의 AR 가상 착용 기능 이용도 활발해져, 1인당 평균 60회 이상 안경을 써 보는 시도를 하여 이전 평균 10회 대비 6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재미있는 경험에 사용자가 반응한 덕분에 광고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이들도 많아졌는데, 친구를 태그하며 “신기하다”, *“유용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높은 참여도를 나타냈다. 그 결과 캠페인 기간 동안 앱스토어 리뷰 평점도 모두 별 5개로 기록되었고(라운즈 앱 평점 5점 만점에 4.8점으로 동종 대비 매우 우수), 신규 회원가입자가 늘어나며 이들 중 일부는 실제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전환까지 확인되었다. 즉, 퍼포먼스 광고에 브랜드 경험 요소를 접목한 덕분에 인지부터 설치, 사용, 재구매에 이르는 풀퍼널 성과가 고르게 향상된 것이다.
배달의민족 – 배민다움으로 만든 팬덤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은 “브랜드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몸소 보여주는 경우입니다. 배민의 광고와 마케팅 캠페인은 언제나 유쾌하고 톡톡 튑니다. 가령 “배민 신춘문예”를 열어 고객들이 재치 있는 문구를 응모하게 하고, 그 수상작을 배달 봉투에 인쇄해 전국에 배포했습니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이라는 엉뚱한 이벤트로 치킨 덕후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지요. 앱 안에서는 일회용 수저포크 받지 않기 옵션을 넣어 친환경 캠페인 ‘배민그린’을 전개했고, 이는 단순 설정 변경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운동이 되었습니다. 이런 이상하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은 모두 배민이 지향하는 ‘배민다움’을 보여주는 브랜딩 활동입니다. 재미만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함께 잘 살자”는 철학이나 서비스 기능 홍보 같은 전략적 의도가 잘 녹아있죠.
배민의 이러한 캠페인들은 성과로도 이어졌습니다. 2022년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배달의민족은 마케팅 캠페인으로 은상 1개, 동상 1개를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습니다.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 ‘배민그린 – 일회용 수저포크 안 주셔도 돼요’로 은상을, 배민B마트의 브랜드 광고 ‘지금 이 순간–장보기도 즉시배달’로 동상을 거머쥐었고, 두 캠페인의 높은 점수를 합산한 결과 배민은 ‘올해의 브랜드’ 특별상까지 받았습니다. 메시지가 명확하고 브랜드 비전과 전략을 성공적으로 담아낸 점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활동이 누적되어 소비자들 머릿속엔 “배민 = 재밌고 힙한 브랜드”라는 등식이 강렬하게 자리잡았습니다. 그래서 경쟁 앱보다 쿠폰이 적게 있어도 배민을 선호하는 팬 층이 생겼죠. 광고 카피 하나하나, 민트색 배달통까지 일관되게 배민만의 톤으로 브랜딩한 결과입니다. 배민 사례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면 성과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공식을 잘 보여줍니다.
에어비앤비 – 퍼포먼스 줄이고 브랜드로 승부하다
글로벌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팬데믹을 거치며 흥미로운 마케팅 실험을 했습니다. 과감하게 퍼포먼스 마케팅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그 에너지를 브랜드 강화에 쏟은 것입니다. 2020년 여행시장이 얼어붙자 에어비앤비는 마케팅 비용을 58%나 줄였는데, 놀랍게도 온라인 트래픽의 95%가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Brian Chesky CEO는 이 현상을 두고 “큰 깨달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돈을 들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직접 에어비앤비를 찾아온 것이니까요. 결국 2021년, 회사는 검색 광고 등에 쓰던 5억 달러 규모의 퍼포먼스 예산을 줄이고 PR과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에어비앤비의 브랜드 캠페인은 “여행은 그곳에 잠시 사는 것”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집 공유라는 낯선 개념을 받아들이도록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라는 로맨틱한 메시지를 전파했죠. “Don’t go there. Live there.”, “Belong Anywhere” 같은 슬로건이 대표적입니다. 전문 호스트들의 친절한 미소, 여행자가 현지 이웃과 어울리는 감동적인 장면 등 에어비앤비 광고는 플랫폼 기능보다는 사람과 문화를 비춥니다. 이러한 감성 중심 브랜딩에 힘입어 에어비앤비는 팬데믹 직후에도 높은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2020년 4분기에는 웹 트래픽의 90% 이상이 검색 광고 등 유료 채널이 아닌 직접 방문 또는 자연 유입으로 발생했을 정도입니다. 브랜드 파워로 신규 수요를 견인한 것이죠. 물론 이후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 성과형 광고를 재개하긴 했지만, “브랜드를 강하게 만들면 유료 광고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다”는 교훈을 전 세계 마케터들에게 남겼습니다. 에어비앤비 사례는 브랜드 마케팅의 장기적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며, 퍼포먼스와 브랜드의 균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Zendesk – B2B SaaS의 유쾌한 검색 캠페인
Zendesk(젠데스크)는 미국의 고객지원 소프트웨어(SaaS) 회사로, B2B 서비스임에도 독창적인 브랜딩 캠페인으로 화제가 된 사례다. 많은 잠재고객이 검색엔진에 “Zendesk alternative” (Zendesk 대안)라는 키워드를 입력해 경쟁사 정보를 찾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Zendesk는 이 불리해 보이는 상황을 재치 있는 브랜드 노출 기회로 바꾸었다. 바로 “Zendesk Alternative”라는 가상의 록밴드를 만들어 해당 도메인(microsite)을 개설하고, 그럴듯한 밴드 소개 웹사이트와 뮤직 홍보 영상까지 제작한 것이다. 이 사이트에는 밴드의 가짜 가사 페이지, 굿즈 판매, 투어 일정, 심지어 밴드 SNS(MySpace) 계정까지 꾸며놓아 검색 방문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 진지한 B2B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유머러스하고 창의적인 브랜드 성격을 보여준 이러한 시도는, 잠재 고객에게 Zendesk의 톡톡 튀는 톤앤매너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렸다.
결과적으로 Zendesk는 경쟁사들이 차지하던 “대안” 검색결과를 일부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구글에서 "zendesk alternative"를 검색하면 Zendesk가 만든 이 밴드 사이트가 상위 2위권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경쟁사의 노출 순위를 밀어냈다. 사용자들은 이 예기치 못한 밴드 페이지에서 Zendesk의 이름을 다시 마주하며 재미를 느꼈고, Zendesk 입장에선 자사 브랜드 키워드로 경쟁사 홍보글 대신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게 되었다. 업계에서도 “기발한 콘텐츠 마케팅 아이디어”로 호평을 받았으며,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검색 트래픽을 뺏기지 않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사례로 평가된다. 숫자로 환산된 전환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Zendesk는 이 캠페인을 통해 자사 플랫폼 밖의 대화조차 브랜드 이야기로 끌어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B2B SaaS 분야에서 흔치 않은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임으로써, 딱딱한 퍼포먼스 마케팅도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Liquid Death – 재미와 반항으로 cult 브랜드 구축
Liquid Death는 2017년에 탄생한 미국의 직접판매(D2C) 생수 브랜드로, 헤비메탈 밴드 같은 콘셉트의 강렬한 브랜딩으로 물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일반적인 생수 브랜드들이 강조하는 청정함이나 건강 대신, Liquid Death는 아예 해골 로고가 그려진 검은색 캔에 *“목을 축이는 대신 목을 조져라”*라는 파격적인 슬로건(“Murder Your Thirst”)을 내세웠다. 브랜드 철학은 한편으로 환경 친화적이어서, 제품을 친환경적인 알루미늄 캔에 담고 #DeathToPlastic 캠페인을 펼치며 수익의 10%를 플라스틱 폐기물 정화에 기부한다. 즉 반항적인 개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결합해, 젊은 소비자층에게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로 다가간 것이다. Liquid Death의 마케팅 팀은 전통적인 광고에 돈을 쓰기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보고 공유하고 싶어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실제 부작용처럼 보이는 슬래셔 무비 풍 광고, 임산부가 맥주처럼 보이는 Liquid Death를 마시는 페이크 바이럴 영상 등 충격 요법을 활용한 캠페인들이 입소문을 탔고, 유명 스케이트보더의 혈액을 섞은 한정판 스케이트보드를 판매하는 등의 기행으로 화제를 이어갔다. 이러한 파격적인 톤앤매너의 콘텐츠는 “광고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워서, 별도 매체 집행비 없이도 소셜 바이럴을 일으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이처럼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 전략 덕분에 Liquid Death는 놀라운 성장 성과를 거두었다. 창업 후 불과 몇 년 만에 기업가치 14억 달러(약 1.4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하여 업계의 이목을 끌었고, SNS상으로도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리는 컬트적 팬덤을 확보했다. 입소문에 힘입어 2022년에는 슈퍼볼 광고까지 진출하며 메인스트림에 이름을 알렸고, 자사 웹사이트의 구매 버튼을 아마존으로 연결시키는 영리한 운영으로 출시 3개월 만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배지를 획득하는 등 D2C와 커머스 양면에서 성과를 보였다. 실제 판매 지표를 보면, 대표 제품은 아마존 리뷰 28만9천 개에 평점 4.6점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고객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유명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예: 토니 호크와의 스케이트보드 이벤트)도 제품 완판과 화제를 모으며 브랜드 충성도를 더욱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Liquid Death는 퍼포먼스 마케팅 예산을 최소화하면서도 브랜드 지향적 콘텐츠만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구매까지 이끌어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전통적인 마케팅 규칙을 깨고도 오히려 “MZ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이 사례는, 강렬한 브랜드 메시지와 세계관만 확고하다면 성과 지표(매출 및 충성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각 사례는 마케팅 전략-광고 크리에이티브-브랜딩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퍼포먼스 마케팅에만 몰두하면 자칫 브랜드 존재감이 희미해질 수 있지만, 위 사례들의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개성을 광고에 담아냄으로써 “광고는 돌리는데 브랜드가 안 보이는” 함정을 피했다. 이처럼 명확한 브랜드 철학과 톤앤매너를 바탕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면, 전환율 같은 단기 지표와 더불어 브랜드 검색량, 고객 참여도, 평판 등 장기 가치까지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각 기업의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도 브랜드와 성과를 모두 잡는 마케팅 전략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브랜드 철학 담는 법
지금까지의 사례들이 보여주듯, 퍼포먼스 중심의 시대에서도 브랜드 마케팅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문제는, 현실 속에서는 수치 압박에 쫓기다 브랜드의 얼굴이 사라지기 쉽다는 거죠. 이제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브랜드 철학을 얹는 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아래 몇 가지 실전 포인트는, 각 브랜드들이 실제로 보여준 전략이기도 합니다.
- 하나의 관통하는 메시지: 캠페인마다 욕심을 내다 보면 메시지가 흐릿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핵심 문장을 잡고 그 위에 캠페인을 쌓았습니다. 예를 들어 라운즈는 “세상에 없던 안경 쇼핑”이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광고에서 가상 피팅 경험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클릭 유도보다 경험의 즐거움을 먼저 설계한 거죠. Zendesk는 아예 검색어 ‘zendesk alternative’에 대한 자조 섞인 유머를 자신들의 이야기로 끌어와, 브랜드 철학을 반대로 선점 전략으로 바꿨습니다. Liquid Death는 “Murder Your Thirst”라는 강렬한 메시지 하나로 브랜딩, 상품, 크리에이티브를 모두 엮어냈습니다. 강한 한 문장이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을 때, 고객 기억 속에서도 그 브랜드는 오래 남습니다.
- 브랜드만의 톤 앤 매너: 일관성은 신뢰를 만듭니다. 브랜드의 색깔은 로고나 컬러만이 아니라, 문장 스타일과 유머 감각, 소재 선택에도 담겨야 하죠. Zendesk는 B2B SaaS 서비스라는 딱딱한 영역에서도 유쾌한 밴드 캠페인으로 자사의 문화를 드러냈습니다. Liquid Death는 생수 브랜드인데도 공포 영화 포스터 같은 광고로 소비자에게 “이건 뭔가 다르다”는 감각을 심었습니다. 광고 한 편, 배너 하나에도 브랜드의 목소리가 실려야 합니다. 그것이 톤 앤 매너라는 브랜드의 언어이자 정체성입니다.
- 감정과 공감 요소 가미: 사람은 데이터를 보고 클릭하지만, 감정에 이끌려 구매합니다. 라운즈는 단순하게 “AR 안경 써보세요”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에 안경이 어울리는 순간을 즐겁게 보여줬습니다.Liquid Death는 충격적인 비주얼 안에 환경 보호 메시지를 숨겼고, 이 이중감정이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B2B인 Zendesk조차도, 검색해서 대안을 찾는 순간의 소비자 심리를 유머로 보듬어 브랜드 호감도를 쌓았습니다. 결국 브랜드 철학과 감정 코드는 같이 움직입니다. 고객이 브랜드 메시지를 자기 이야기처럼 느껴야, 그 브랜드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브랜드로 인식되죠.
- 퍼포먼스와 브랜드의 시너지 전략: 브랜딩과 퍼포먼스는 반대편이 아닙니다. 잘 설계하면 서로의 레버리지가 됩니다. 라운즈처럼 브랜드 경험을 강조하는 콘텐츠로 퍼포먼스를 운영하면, 단기 전환은 물론 앱 사용률과 리뷰까지 상승합니다. Zendesk는 브랜드 철학을 담은 유머 콘텐츠로 검색 광고를 우회적으로 선점했고, 브랜드 검색량과 사이트 체류 시간이 증가했죠. Liquid Death는 브랜드 캠페인만으로도 입소문을 만들어 광고비를 줄이고 구매 전환을 높였습니다. 세 브랜드 모두, 퍼포먼스 캠페인 안에 브랜드 메시지를 정교하게 심어서 퍼널 전반에 영향을 준 셈입니다.
- 브랜딩은 사치가 아닌 생존 전략: 브랜드 마케팅은 예산이 남을 때 하는 ‘선택’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필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입니다. Zendesk는 경쟁사에게 뺏기는 키워드를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시켰고, Liquid Death는 광고비 대신 브랜드 콘텐츠를 무기화해 소셜 미디어에서 바이럴을 일으켰습니다.
꾸준한 브랜딩은 검색량, 재구매율, 충성도 같은 지표에 복리처럼 작용합니다.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시간이 쌓일수록 강해지는 내구성이죠.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오늘 소개한 라운즈, Zendesk, Liquid Death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브랜드는 곧 마케팅의 본질이다.”
이들은 모두 퍼포먼스에 매몰되지 않고, 브랜드의 철학과 캐릭터를 지켜낸 채 광고를 설계했습니다. 그래서 광고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 머릿속에 이름이 남았습니다.
우리의 광고도 그렇게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광고는 한 번 스치지만, 브랜드는 마음에 남으니까요.
클릭과 전환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어디 브랜드였지?”*가 아니라 *“아, 그 브랜드였지.”*라는 기억이 남는다면, 우리는 제대로 마케팅을 한 것일 테니까요.
📌참고자료
국내 브랜드 사례
- 무신사(MUSINSA) 브랜드 캠페인 사례
출처: 브런치, ‘다 무신사랑 해’ 무신사 캠페인이 성공한 이유 (2020) - 배달의민족 브랜드 마케팅 및 에피어워드 수상 사례
출처: 아시아경제, 배민, 에피어워드 코리아에서 3관왕 쾌거 (2022) - 라운즈(ROUNZ) AR 광고 캠페인 성과
출처: 플래텀, 라운즈, AR 기술 활용한 광고 캠페인으로 CPI 800원 기록 (2023)
해외 브랜드 사례
- Zendesk의 창의적 키워드 캠페인 분석
출처: Zendesk Official Blog, The Zendesk Alternative Campaign (2021)
출처: AdWeek, How Zendesk Cleverly Hijacked Its Own Keyword (2021) - Liquid Death 브랜드 전략 및 성공 사례 분석
출처: Forbes, How Liquid Death Became a $700 Million Water Brand (2022)
출처: CNBC, Liquid Death is valued at $700 million by making water cool (2022) - 에어비앤비(Airbnb)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
출처: LinkedIn, How Airbnb Slashed Its Performance Marketing Budget and Thrived (2021)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 연계 참고자료
- 출처: OpenAds, 퍼포먼스와 브랜드 마케팅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 (2023)
- 출처: 브런치, 브랜드 없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위험한 이유 (2023)
- 출처: 아이보스,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2022)